춘추(春秋)에서 전국(戰國)으로 가는 정치
이호 / 목사
거룩한 대한민국 네트워크 대표
(사) 대한민국 건국회 청년단 대표
어지럽고 혼란한 시대를 일컬어 춘추전국(春秋戰國)이라 한다.
엄밀하게 구분하면 춘추(春秋)와 전국(戰國)은 다르다.
춘추시대는 형식적으로나마 예의를 지켰다.
기울대로 기울어 껍데기만 남은 주나라를 종주국으로 받드는 모양새는 있었다.
전쟁을 해도 상대방을 아예 없애버리지는 않는 최후의 미덕(美德)도 남아 있었다.
전국시대로 가면, 형식이든 모양새든 최후의 미덕이든, 찾기 어려워진다.
왕을 쫓아내는 축군(逐君), 왕을 죽이는 살군(殺君)이 일상이 되었다.
신하와 임금, 아버지와 아들, 남편과 아내가 권력을 놓고 죽고 죽였다.
“이기는” 전쟁이 아니라 “없애는” 전쟁으로 참혹해졌다.
19대 국회를 “최악”이라 한다. 최악의 국회는 막장드라마로 끝을 장식하고 있다.
전두환을 학살자로 비판했던 야당은, 그네들의 해석을 따르자면
“학살의 전위부대”에서 활약했던 인물에게 선거를 맡겼다.
그는 친노운동권을 청산한다고 소리를 높이더니 슬그머니 공존한다.
여당의 장관은 야당의 선거대책 위원회 요인이 되었다.
여당의 원내대표를 지낸 인물들은 정체성 논란에 휘말리더니 무소속이 되었다.
“새로운 정치”를 내건 제 3당은 너무나 새롭지 않은 후보들을 내세웠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고, 과거의 친구가 현재의 배신자가 되며,
새로움과 낡음이 교차하며 변신한다.
너무나 춘추(春秋)적인 흐름은 바야흐로, 전국(戰國)으로 이어진다.
춘추에서 전국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와신상담(臥薪嘗膽)이 있다.
오나라 왕 부차는 가시 많은 나무 위에서 잠을 자며 복수의 칼을 갈았다.
월나라 왕 구천은 쓰디쓴 쓸개를 핥으며 멸절의 증오를 다졌다.
결국은 한쪽이 죽고 없어지고 사라져버리는 제로섬 게임으로 끝이 났다.
역사가들은 와신상담의 복수극을 전국시대의 서막으로 해석한다.
춘추에서 전국으로 흘러간 정치, 어디까지 갈 것인가.
역사에서 답을 찾으면 두 가지다.
하나는 개판에서 살아남은 “인간”이 이끄는 중흥(中興)이다.
치고 박고 죽고 죽이는 개판 혹은 정치판에서 끝끝내 살아남으면서
강인해지고 현명해진 지도자가 출현하는 경우이다.
난세에서 영웅이 나는 케이스이다.
현재의 판을 보면, 가능성은 없어보인다. 그래도 실낱같은 희망을 포기할 수는 없다.
넘어질 듯 넘어질 듯 넘어지지 않은 대한민국사(大韓民國史)에 거는 가냘픈 희망이다.
또 하나는 개판에서 살아남은 “늑대”가 이끄는 망국(亡國)이다.
수직으로 추락하는 경제,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왜곡된 채로 붕괴되는 교육,
급속한 노령화, 민족의 멸절을 위협하는 북핵(北核),
쇠락 수준이 아니라 망국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 이유는 많다.
비상한 위기의 시대에, 개판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단방법 가리지 않은
늑대들이 지도자가 되는 경우, 생존이 위태로워진다.
늑대인가 인간인가, 망국인가 중흥인가.
진흙에서 연꽃이 필 것인가, 진흙탕 개싸움으로 끝날 것인가.
이번 4.13 총선의 한 표는 참으로 묵직하다.
결정은 국민의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