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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 그리고 사랑해
배예랑 조회수:7384
2015-05-17 22:17:32

   미안, 그리고 사랑해

(수용소의 노래를 읽고)

  먹먹한 가슴을 안고 하늘을 올려본다. 하늘 안에 바다가 있구나. 같은 하늘 아래, 같은 땅 위에. 궁금하구나. 그 쪽 하늘도 바다 같니. 빛을 잃은 커다란 눈망울에 바다 빛을 담아보렴. 무표정한 그 얼굴에, 불안한 그 마음에 작은 빛이라도 들어가게.

인간의 존엄성.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은 가치 있는 존재이며 그 인격은 존중 받아야 한다는 이념. 날 때부터 누구에게나 주어지기에 존엄성이 없는 인간은 없다. 그렇기에 헌법 제 10조는 이렇게 시작한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독일의 나치즘, 이탈리아의 파시즘, 일본의 군국주의 등 전체주의는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고 강제 노동이나 전쟁을 통한 대량학살 등의 비인륜적인 행위를 자행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각 나라는 헌법으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규정을 내렸고 국제적연합헌장이나 세계인권선언등 국제 사회에서도 이를 규정했다.

그러나 북한의 현실은 다르다. 전 세계에서 인정 받는 가치가 그 곳엔 없다. 전 세계에서 이해되는 상식이 그 곳엔 없다. 인간의 존엄성이나 생명의 소중함 따위는 수용소에선 개똥만도 못한 것이다. 죽음에 대한 무감각은 인간의 감정이 최악의 상태에 달했다는 증거였다. 슬픔도 기쁨도 즐거움도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고통과 괴로움과 증오심과 절망만이 있을 뿐이었다.(153)

이곳에서는 아이들이고 어른이고 악다구니밖에는 남지 않은 것 같았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조원 중에 한 사람이라도 쓰러지거나 빠지게 되면 그가 할 작업량을 나머지 조원들이 떠맡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제 작업량도 힘에 겨운데 남의 일을 떠맡는다는 것은 정말 죽기보다도 더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몸이 약해 쓰러진 사람은 마땅히 남에게 동정을 받게 되어 있지만, 여기서는 그것이 용납되지 않았다. 그는 다른 사람들의 저주와 멸시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71)

증오와 미움, 저주와 멸시 그에 따른 고통과 괴로움. 서로가 서로를 미워하고 서로가 서로를 죽이며 인간이 갖고 있는 아름다운 빛을 잃은 채 그렇게 살아 간다. 아니 살아 남는다. 어린아이의 순수함을 건장한 청년의 뜨거움을 모두 잃게 만들어 버렸다. 죽지 못해 사는 그들은 오늘도 외친다. 엘리 엘리 라마사막다니.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하나님은 남조선에만 있습니까. 하나님은 남조선 동무만 사랑하십니까. 북쪽에서 외치는 그들의 절규가 멀리 남쪽에 있는 나의 심장을 휘벼판다.

두렵다. 가까우면 가깝고 멀면 먼 그 때에 이들을 마주한다면 난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무슨 말이 제일 먼저 나올까. 미안함에 눈물만 흘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 낯선 그 땅에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품고 간다. 빛이 없는 그 땅에 빛을 비추고 생명 없는 그 땅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새로운 이념의 주사를 놓는다. 인간은 소중하다. 태어나줘서 고맙다. 그리스도의 사랑의 약을 처방한다. 하나님은 너희를 죽기까지 사랑하셨다. 너도 너희를 죽기까지 사랑한다.

저 멀리 창 밖을 내다본다. 거북이마냥 저마다 몸을 움츠리고 다닌다. 우리들의 마음처럼 꽁꽁 얼어 붙은 바닥에 넘어질까 느릿느릿 걷는다. 너무 오래 기다렸구나.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 우리가 많이 늦었구나. 칼같이 매서운 바람에 태극기가 유난히 휘날린다. 하루빨리 통일을 이루라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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